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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풍요로운 구속

19. 날씨

by 현덕. 2023. 9. 13.

2006.3

 

  조금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춥다가 또 푸근해 지기를 반복하는 게, 예전 봄 날씨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봄이란 게 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날씨가 예전과 달라진 것 같긴 하다. 신문이 TV에서 지구의 날씨가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알려지긴 했지만, 그걸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좀 시간차가 있는 것 같다.

  IT와 같은 첨단 분야의 변화는 아주 빠르게 인지하지만, 날씨처럼 생활에 아주 밀접한 자연 요소의 변화는 좀처럼 알아채기 힘들다. 아니, 사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니 내 눈앞에 필요한 것 이외에는 잘 관심이 가질 않는다. 뭐 이런 것에까지 위기의식을 느끼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그 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 있는지 나이가 들수록 곁에 남는 친구는 소수정예가 됐고, 외로움에 허덕이며 지난날을 돌아본 들 딱히 그 원인을 찾기도 힘들다. 그저 세월 탓을 하는 수밖에. 날씨든 친구든 소중한 것이 멀어져 가고 있지만, 또 그것을 눈으로 보며 알고 있지만 세월의 흐름이라는 막강한 핑곗거리가 필수를 선택으로 바꿔버린다.

 

 

  날씨가 이렇게 변한 게 자연스런 자연의 변화과정인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어도 이미 사람은 반 자연적인 요소를 내뿜는데 너무 익숙하다. 쓰레기도 많고, 매연도 많다. 청정에너지 얘기가 나온 지도 꽤 됐건만 실용화를 위한 투자는 좀 인색해 보이고, 예전엔 이웃끼리 동네 골목 청소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봤지만 요즘은 눈이 와도 안 치운다. 당장 불편해도 해결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러니 자연이 좋아할 리 없지. 그렇지. 내 친구도 그랬던 게야… 그 마음에 쓰레기를 쌓아 놓고도 치워줄 생각을 안 하니 좋아할 리가 있나. 내가 그렇게 매연을 뿜어대는데 변하지 않고 배길 수 있나. 

  사순. 내 아는 사람은 이 기간 동안 그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데, 그 얘길 들으니 나도 뭔가 작은 실천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참에 청소를 한번.

 

 

* 2004년~2009년 가톨릭 청년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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