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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풍요로운 구속

17. 변함없이 새로운

by 현덕. 2023. 9. 12.

2006.1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어제와 같은 바람은 오늘 불지 않는다. 새로운 아침의 바람은 하늘을 휘감아 오고, 그 곳에 떠 있는 태양은 내일에 대한 약속이다. 새해가 밝고 주변의 모든 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왠지 나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조바심일까.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올해 해야 할 일과 목표가 일찌감치 정해졌기 때문이다.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면서 맘이 바빠졌다. 마치 대학 신입생인양 들뜬 기분이다.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긴장감과 설렘을 무언가 결심하면서 새롭게 느낀다. 한편으로 그 동안의 삶이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이런 새로움을 느끼긴 힘들었다. 나름대로는 늘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내 길은 내가 개척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몸을 맡겨서 흘러왔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목표 하나가 생긴 것이 아니라 없던 목표가 생긴 것이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나에겐 목표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걸 잊었었나 보다. 말 그대로 몸을 맡겨 흐르다 보니 굳이 목표에 대해 새삼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모두가 흘러가는 대로 나도 가고 있었기 때문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이기에 늘 새로울 수 있나 보다. 언제 만나도 변함없는 사람에게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자기 삶을 사랑하고 무언가를 향해 가는 사람은 늘 변함없으면서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맘먹은 것도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고, 아마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말이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냥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제일 어울리겠다. 모든 순간은 새롭다.

 

 

* 2004년~2009년 가톨릭 청년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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