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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풍요로운 구속

혼돈 시대

by 현덕. 2023. 9. 17.

- 번외

 

 

 

 

어디 혼란스럽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마는, 세상이 정말로 변한 것인지 요즘 그런 것들이 눈에 밟히는 것인지, 사소하지만 간지러운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을 날아다닌다. 1999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2020년이 되어도 원더키디는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과학의 발전은 하나도 눈부시지 않아서 아직 가까운 화성에도 가본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 필수품이 된 컴퓨터 안에는 소중한 시간을 잡아먹는 수많은 버그들이 처음부터 있었다. 수 천 년 전의 벽화는 색깔도 선명하게 지금껏 남아있는데 왜 내가 어제 웹하드에 올린 파일은 찾을 수 없을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왠지 고사성어처럼 들려서 마치 그게 당연한 것인 양 세상에 묻어가고, 서민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수천억 원이 매일같이 펀드 시장을 드나드는데 점심을 굶는 아이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 유명한 엄마 친구 아들 덕분에,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더니 이젠 그 아이들이 학원 수강하러 다시 들어온다지. 족집게는 역시 한국 게 최고라면서. 대통령 되겠다고 서로 헐뜯는 건 코미디라 치고, 같은 편 경선 유세장에서는 왜 지지자들끼리 몸싸움이 붙었나. 대선 막바지엔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판이다. 데모는 더 이상 데모가 아닌 게 되어버렸고, 심지어 귀족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머리에 띠를 두른다. 수십 명이 집단으로 한 사람을 따돌리는 교실이 있는가 하면, 수만 명이 한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인터넷이 있다. 생명이 내동댕이쳐지고, 그 스스로를 마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남의 손에 맡겨지기도 한다. 사람은 오간데 없고 주변 잡것이 세상의 중심에 섰다. 장마가 지나고, 이제 곧 태풍이 오려는 매서운 밤바람 소리에, 가느다란 총성이 섞여 들리는 듯하다.

 

 

** 내용이 난해해서 거절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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