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8
외부로부터 별다른 힘의 작용이 없는 한, 하던 걸 계속한다는 말이다. 근데 이게 물리적인 법칙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도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하지 않던가. 그것이 습관이든 성격이든, 사람의 내적인 그 무엇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철든 이후 굳어진 성격은 정말로 변화하기 힘들고, 변화시키기도 힘들다. 마음속에 있는 어떤 핵을, 호두 껍질 같은 아주 단단한 것이 둘러싸고 있는 것 같다.
그 안에 아주 좋은 것이 들어있다면 절대로 깨지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한 번은 깨뜨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든 것을 자신은 절대로 모르고, 안다 하더라도 깰 수 있는 방법을 모르며, 방법을 알아도 깰 수 없다. 자기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서, 그 껍질 위로 거미줄 같은 것이 마구 엉겨 있어서 그 존재조차 잊고 사는 게 보통의 삶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런 것은 더욱 단단해진다.
그 말이 마음속에서 별이 되어 끊임없이 밝혀줄 텐데.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이 그런 것 아닌가. 그렇게 엉켜있는 거미줄 숲을 헤치고 헤쳐서 두껍고 단단한 그 껍질을 찾아내어,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두드려 보고 깨물어 봐서 나쁜 것이 들어있다면 과감히 깨는 것. 만일 스스로 깰 수 없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서 탐스럽게 알진 열매를 키워야 할 텐데. 누군가 한마디만 해 주면 그 껍질이 눈 녹듯 녹을 것도 같은데. 사랑한다는 한마디만 누군가 해 준다면. 그 말이 마음속에서 별이 되어 끊임없이 밝혀줄 텐데.
* 2004년~2009년 가톨릭 청년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일부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