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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자네 혹시 오피스텔을 구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 얘기를 먼저 들어주게. (1)

by 현덕. 2023. 9. 17.

2023-08-21

 

  저는 지금 오피스텔에 사는데요, 근 10여 년간 오피스텔만 여섯 번째인 것 같네요.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됐는데, 이사 다니며 여기저기서 살아보는 재미도 있고 가구나 필수 가전이 웬만하면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데다, 혼자 살며 프리랜서로 일하니 딱히 제약이 없어서 이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간 여러 곳에서 살아보며 알게 된 것들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읊어봅니다.

  계약과 관련된 것은 법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니 그건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시고, 제가 경험한 일을 중심으로 실생활에 관련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섞여 있으니 그냥 참고만.

 

1. 위치, 주변 환경

  역에서 가깝고 편의점도 가깝고 근처에 대형 마트도 있고... 언뜻 좋아보여서 계약했지만, 살다보니 시끄럽고, 편의점 갈 때마다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하고, 술집이 가까이 있어서 토사물이 널려있고... 등의 경험을 하게되면 주변을 살피게 됩니다. 내가 있는 곳이 내 취향과 정말 맞는 건가? 놀 땐 시끄럽게 놀아도 집에선 조용히 쉬고 싶죠. 다음은 제 취향입니다. 자신의 취향을 생각하면서 참고하시면 대략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가까운 곳에 술집이 없어야 한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근처에 술집이 있는지 제일 먼저 살핍니다. 놀 땐 좋지만, 집 근처 술집은 많이 피곤합니다.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자세한 건 생략하는 게 좋겠죠?

- 도로변은 피한다: 조용한 걸 좋아해서 점검하는 항목인데, 그렇지 않더라도 웬만하면 도로와 인접해 있는 방향은 피하시길 권합니다. 밤이 되면 자동차 소음은 더 크게 들리고, 도로의 먼지가 꽤 많이 들어옵니다. 하루만 문을 열어놓아도 책상에서 까만 먼지가 닦여요.

- 편의점은 적당한 거리에: 편의점이 건물에 입점해 있으면 편하긴 합니다. 크게 신경쓰이는 건 아니지만, 여름에는 파라솔을 펴고 장사하는 곳이 있어서 밤이 되면 그들이 하는 얘기가 다 들립니다. 그게 재미라면 재미겠지만 제 취향은 아니네요.

- 벽뷰: 좋은 뷰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벽이 있는 방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주 목적이 상업인 건물이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좁아도 건축허가가 난다고 합니다. 때문에 창문이 의미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잠시 머물 예정이라면 몰라도, 거주 목적이라면 이 역시 피하는 게 좋습니다. 빛도 잘 안들고, 그래서 우울해지고,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집니다.

- 생활권 안에 건널목이 얼마나 있나: 종종 번화가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니 사실상 동떨어진 곳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횡단보도가 많아 어딜 가더라도 불편한 위치 말이죠. 이게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면 꽤 귀찮습니다. 결정적인 항목은 아니지만, 귀차니즘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면 참고할 만합니다. 

 

  이런 것들을 따지다 보면 역과 가까운 곳에서 찾기는 힘듭니다. 정말 잠만 잘 게 아니라면, 조금 걷는 시간이 있더라도 장시간 '거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찾으시길요.

 

 

2. 크기와 구조와 방향

  요즘은 오피스텔도 아파트와 거의 비슷해져서 방 수만 적을 뿐 구조는 비슷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형적인 오피스텔 구조가 더 많습니다. 1.5룸, 2룸, 스튜디오(방 없이 트인 공간) 등입니다. 물론 대형 평수는 방이 여러개인 것도 있지만, 그 평수라면 아파트를 선택하...

 

1) 크기

  평수도 다양합니다. 3~4평 부터 수십 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지... 아니 사실 예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확실히 좁아지긴 하지만, 1인 거주 기준으로 실평수 6~7평을 하한선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건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이하 평수는 거의 잠만 자는 곳이 됩니다. 얼른 돈을 모으는 수 밖에요.

  6~7 평이면 작지만 살만 하고, 10~12평이면 별로 답답하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 전에 4.5평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어떻게든 살게 되긴 하...ㅂ니다만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더 많이 꽤 아주 정말 진짜 엄청 큽니다.

 

2) 구조

  제가 선호하는 형태는 나뉘는 벽 없이 트인 스튜디오 구조인데, 7평 대만 넘어가도 이 구조를 찾기 힘듭니다. 대개 방이 많은 걸 선호하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큰 평수가 아니라면 1.5룸이나 2룸 모두 잘게 나뉜 공간이 몇 개 있을 뿐입니다. 뭘 해도 아쉬운 공간이라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12평에 2룸이면 - 거실, 방1, 방2 - 이렇게 있는 건데, 어느 공간도 넓은 느낌이 없습니다. 애매한 크기의 공간이 3개라서 차라리 벽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그 중 방 하나는 창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각 세대가 벽 하나로 붙어있기 때문에 방 두 개에 모두 창문을 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옷방이나 창고 용도로 써야하는데, 그러기엔 공간이 아까운 거죠. 즉, 작은 평수라면 1.5룸 구조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각기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냥 취향의 문제라 넘어갑니다. 저는 1.5룸이 좀 더 낫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욕실이 창문과 멀어서 환기하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리고 햇볕이 비추는 면적이 작아 여름엔 유리하고 겨울엔 불리합니다. 

 

3) 방향

  우리나라 사람은 대개 남향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남향이 꼭 좋지만은 않습니다. 덥기 때문이죠. 오피스텔은 창문이 한 쪽으로만 나 있어서 환기가 잘 안되고, 이 때문에 여름이 되면 정말 더위가 어마어마합니다. 게다가 위 그림과 같은 2룸 구조는 빛이 두 곳으로 들어오는데다 길이도 짧아서 집 전체가 데워지는 효과가 납니다. 그러면 겨울엔 좋지 않겠나 하겠지만, 오피스텔은 대개 겨울엔 따뜻합니다. 여름과 같은 이유로요. 

  역시 취향 문제라 뭐가 좋다 말하긴 그렇지만, 더위를 생각한다면 저는 동향이나 동남향이 젤 무난한 것 같습니다. 서향은? 더위에 약하다면 서향은 피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창 더워진 오후 3~4시 즈음부터 해가 들기 시작해서 해가 질 때까지 빛이 들어오니, 생각과 달리 매우 덥습니다. 이상기후 때문에 점점 더워지니, 어쩌면 북향이 더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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