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6 15:08
감정 과잉 시대... 라고 하기에도 좀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다. 과잉이 아니라 '지시' 시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
감정 지시 시대
광고는 그 특성상 이 제품이 최고다-라는 표현을 당연히 한다. 광고는 원래 성질이 그러하니 그런가보다 하는데, 지금은 모두가 광고를 하고 있어서 모든 것이 자극적이다. 최고가 되고 싶은 사람-사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 내가 말하는 게 최고라고 하고 싶으니 말이 강해지고 때로는 억지가 생긴다. 거기에 더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점점 더 강한 단어들을 던진다. 과장되고 자극적인 표현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그걸 즐기는 사람도 알고 즐긴다. 감정이 무뎌지는 과정이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제목 장사하는 수많은 유튜브 채널이 있고, 이젠 공중파 메이저 언론도 그런 표현을 쓴다. 세상이 변한 것이니 이런 것에 대해 뭐라 해봤자 재미도 의미도 없을 것 같고, 다만 너무 빨리 변하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거기에 하나만 더해서, 이 노래를 들으면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해, 이 글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해야 해, 이런 걸 두고 멋지다고 하는 거야... 같은 문구가, 너무 많아서 무뎌진다는 게 영 거슬린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인간이라면 모두가 느낄 그런 것 같지만, 본능적인 면을 제외하면 모두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자라면서, 살면서 겪는 것에 따라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다른 문화를 접했을 때, 아니면 평범한 일상에서도 처음 겪는 일에 대해 느끼는 생소함이나 신기함은 많이 접할 수록 무뎌지고, 시간이 지날 수록 원래 그랬던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감정-또는 감성-은 이 안에서 생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그 안에서 내 맘에 드는 것, 좋아하는 것, 버리고 싶은 것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위에서 한 얘기는 이 '미리 정해놓은 상태의 것'을 우리가 접하게 되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바꿔말해, 가치판단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는 의미다. 내가 겪고 느껴야할 감정을, 다른 누군가가 미리 정한 상태에서 나에게 던진다. 사람은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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