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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여름, 에어컨

by 현덕. 2023. 9. 16.

2023-07-18 01:15

 

어제까지, 여름을 에어컨 없이 지냈다.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 냉방 시설이 고장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지내다, 드디어 어제 이동식 에어컨을 달았다.

그간 더위에 적응해 가고 있었는데, 단 하루만에 다시 에어컨에 적응 - 해버렸다.

에어컨 없이 그냥 버텨볼까 싶었지만, 이번 장마의 습기는 날 비웃었다. 감히 나를? 한다.

실내 습도 80%. 바닥에 조금씩 물기가 생기기 시작하고, 별 것 아닌 장비가 신경쓰였다. 건반 안쪽 어딘가 붙어있을 고무가 삭을 것 같았고, 쓰지도 않는 컴플리트 머신이며 각종 컨트롤러가 여름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단 생각에, 더이상 버티지 않기로 했다. 

잘했다.

 

설치하느라 반나절을 썼지만,

결국 이사를 가며 당근 신세가 되겠지만,

노캔 에어팟을 껴야 할 만큼 시끄럽지만, 

취침모드는 액정이 눈꼽만큼 어두워지는 게 기능의 전부이지만,

 

습도를 단숨에 내려주고,

무릎을 쓸어내릴 정도 만큼은 시원함을 주고,

무엇보다 언제든 틀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이제 일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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