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
잠을 못 잘 정도로 울려대던 천둥소리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서서히 물러갔다. 지구를 두 쪽으로 쪼갤 듯 지난밤을 호령했지만 아침은 고요하다. 하루하루, 여름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습하고 더운 날이 계속되니 일에 집중도 안되고, 그냥 앉아 있기도 버겁다. 그러나, 올림픽을 보는 것은 더위도 없이 즐겁다. 거의 신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양궁을 보고 있자면 더욱 그렇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과녁에 화살을 꽂아 넣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그 1위 자리를 24년간 지키고 있다는 것은 차라리 불가사의다. 이것이 어느 출중한 한 개인에 의해 달성된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매번 선수가 바뀌는, 모두의 협력을 요하는 단체전이라면 가치가 다르다. 외계인도 이렇게는 못한다.
시작은 반이고, 잘할 수 있게 되는 건 1퍼센트, 최고가 되는 것이 1퍼센트, 그리고 최고를 지속하는 것이 나머지 48%가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나는 항상 50.5에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하게 되는데, 그닥 승부욕이 없는지라 51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호기심은 많아서, 51도 채워지기 전에 새로운 무언가를 또 찾는다. 좋게 보면 무한도전이요, 나쁘게 보면 죽도 밥도 아니다. 나는 그냥 삶을 선택했을 뿐이다. 내가 정한 무언가를 향해 달려보고 싶고, 혹시라도 그 도전에서 51점을 얻게 되면, 나는 또 다른 50점을 가지려 할 것이다. 그리고 1점을 얻기 위해 새로운 삽질을 어디선가 하고 있을 것이다. 남을 이길 필요는 없다. 나 자신하고만 싸우면 된다(난 게으른 편이라 상대가 적을수록 좋다. 이기기는 좀 힘들지만). 어쨌건, 그런 의미로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은 53점이라고 하고 싶다. 지난 24년간 이겨온 것은 다른 어느 나라 선수들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일 것이다. 아직 54점을 받은 선수는 없다.
* 2004년~2009년 가톨릭 청년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일부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