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6
사람 사이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드러내 놓으면 어떤 형태로든 해결을 한다.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또 생기고, 다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반복된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우긴다거나, 문제가 없다고 둘러댄다면 조금 힘들어진다. 또한 없는 문제를 있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문제일 것이다. 대화가 있다면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겠지만, 대화가 없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또는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른 채 세월이 흐르기도 한다.
어찌어찌 파란색 기와 몇 장이 떨어져 그 아래를 지나던 설치류 동물이 혼비백산한다거나, 또는 마침 기우제를 지내던 차에 비가 내려 타 들어가던 초가삼간 보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원인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안에 없다. 기왓장이 떨어진 배후세력으로 참새를 지목한들, 타오르는 초가집의 불을 끌 수는 없다. 어쩌면 바람이 불어서 기왓장이 떨어지거나 기우제로 인해 비가 오는 것이 더 낭만적일지도.
그러면 정말 필연의 역사를 쓰게 된다.
날씨도 오락가락하는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참새가 그랬을까 생각하고 있을라나. 아니면 기우제 지내는 방법이 잘못됐나 되짚어 보고 있을까. 내 생각엔 참새 몇 마리 잡아 놓고 그 눈높이에 맞춰 심문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새 눈높이에 맞추려면 좀 힘들 것도 같다. 그래, 거기까지는 참을게. 제발, 일부러, 알고도 그러고 있다는 소리는 하지 마라. 그러면 정말 필연의 역사를 쓰게 된다. 새장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퀴즈다. 그 어떤 대화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 심지어 대화를 할수록 문제가 되는 것 하나가 있는데, 무엇일까. 재미없으면 말고.
* 2004년~2009년 가톨릭 청년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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