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7
예전보다 밤하늘을 보는 날이 더 많아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밤하늘의 구름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늘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을 텐데, 자주 보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나보다. 미사일을 얘길 들으니, 어느 날 갑자기 미사일이 저 밤 구름 사이를 뚫고 내 방 침대 머리맡에서 멈춰서는 꿈을 꿀 것도 같다.
여름인데, 그래도 여름인데 꼭 바다가 아니어도 어디로든 가야겠지만, 이래저래 세상 돌아가는 일이 하 수상하여 딱히 놀러가고 싶은 마음도 생기질 않는다. 잔잔한 음악 틀어 놓고 밤하늘 별을 세는 여유도 부려보고 싶은데, 머릿속엔 푸른 언덕 위 별 헤는 소년이 있고 현실에는 책상과 컴퓨터와 커피와 내가 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일도 이렇게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익히 알던 대로 그런 거야라고 받아들이고 있자면, 내 이성 어느 한 끝에서는 나 스스로를 혼내고 있다. 게으르다고.
덥다. 태풍이 온다는데, 오늘이 바로 그 전야다. 문자 그대로 폭풍전야다. 공기는 미동도 없고, 푹푹하고 답답한 게 당장 시원한 바다 그림이 있는 달력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림 한 장으로 부족하다면 바다 소리가 녹음된 거라도 틀어 놓고, 음악이 필요하면 신나지만 경망스럽지 않은 것이 좋겠다. 뭐, 그런다고 더위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시원한 그림 한 장의 효과가 어떤지 실감한 분 많으리라 생각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나.
필름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미사일이 다시 내 방으로부터 되돌아가 저 밤구름 뒤로 숨어서는 반짝이고, 푸른 언덕 위에 있던 소년이 커피를 마시며 시를 쓰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 바다를 달린다면, 파도 소리가 우리를 시원하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 겨울에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소리는 없지 않은가? 여러분의 육체를 더위에서 구하시어, 즐거운 여름, 좋은 꿈 꾸시길.
* 2004년~2009년 가톨릭 청년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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