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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풍요로운 구속

40. 교육은 제도가 아니다

by 현덕. 2023. 9. 18.

2007.12

 

  등급이 생겼다. 맘에 안 든다. 변별력 조절에 성공했단다. 1등급 몇 프로 2등급 몇 프로 조절에 성공했단다. 이것도 맘에 안 든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이들 등급을 적절히 나눠 놓고 뭘 어쩌라는 건지. 

  안타깝게도 눈에 비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대입제도는 교육제도의 최전선에서 항상 큰 이슈와 논란을 만든다. 국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대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그 간격이 너무 짧다. 참 자주도 내놓는다. 하긴, 나라인들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나. 여기저기서 하도 아우성이니 입막음이라도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등급은 좀 이상하다.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고, 가치나 목적도 찾을 수 없다. 교육이 사라진, 등급을 위한 등급이다. 제발,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던 사람들에게 이런 일을 맡기지 말았으면 한다. 제2의 자신을 만들어 내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들의 성과를 위해서 장난하지 말았으면 한다.

 

 

교육이 사라진, 등급을 위한 등급이다.

 

  시험이 존재하는 한 어떤 식으로든 순위는 필요하고, 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은 생긴다. 어떻게 해야 이를 공정하게 할지 고민 끝에 나온 제도이리라. 그래서 문제다. 분명 교육 철학이 있을 텐데, 방법에 집중하다 보니 철학은 슬며시 잊힌 모양이다. 고의든 아니든. 이젠 그저 공정하기만 하면 다 해결될 듯이, 억울하게 우는 사람만 없으면 다 될 듯이 말이다.

  일이 좀 힘들다고 취업을 안 한다거나, 월급이 적다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거나, 부자 되기 열풍이 몰아치다 못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거나, 아니면 목적도 없이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런 일들의 중심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그 뿌리를 좀 봐야 할 것이다. 

 

 

 

 

* 2004년~2009년 가톨릭 청년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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